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칭찬보다 더 오래 남았던 말이 기준이 된 이유

📑 목차

    사람은 누구나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,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. 나 역시 한동안은 누군가의 인정이나 긍정적인 평가가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.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, 내 판단과 태도에 더 오래 영향을 준 말들은 대부분 칭찬이 아니었다. 오히려 칭찬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말, 때로는 아무 응원도 담기지 않은 말들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. 이 글에서는 왜 칭찬보다 그런 말들이 더 크게 남았는지, 그리고 그 경험이 나의 기준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.

   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는 여성의 모습

     

    그 말을 들었던 상황은 내가 어떤 일을 마친 직후였다.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고, 주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. 실제로 몇몇 사람은 수고했다거나 잘 해냈다는 말을 건넸다. 그 말들은 고맙기도 했고, 잠시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했다. 그런데 그 와중에 한 사람이 조용히 이런 말을 했다. “이번에는 네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가 더 궁금해.” 그 말은 칭찬도 아니었고, 결과를 평가하는 말도 아니었다. 나는 순간적으로 그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.

    당시의 나는 결과에 대한 평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. 잘했다는 말이나, 고생했다는 말이 나에게는 충분한 보상처럼 느껴졌다. 그래서 그 사람의 말은 예상 밖이었고, 조금은 김이 빠지는 느낌도 들었다.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,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. 이미 결과는 나와 있었고,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.

   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반복해서 떠올랐다. 나는 왜 그 말이 마음에 남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고,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었는지를 다시 보게 되었다. 나는 늘 결과로 평가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고, 그 결과가 좋기만 하면 과정이나 판단 기준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왔다. 그런데 그 말은 결과가 아니라,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내가 어떤 생각으로 선택했는지를 묻고 있었다.

    칭찬은 그 순간의 노력을 인정해주지만, 그 말은 나에게 다음을 요구하고 있었다.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내가 반복해서 같은 선택을 하고 있는 이유, 비슷한 상황에서 늘 같은 방식으로 판단하는 이유를 떠올리게 되었다. 그 말은 나를 위로하지도, 북돋아주지도 않았지만, 내가 스스로에게 설명하지 않았던 기준을 끌어올려 놓았다.

    만약 그 사람이 “이번에도 잘했어”라고 말했다면, 나는 그 말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그대로 지나갔을 것이다. 하지만 기준을 묻는 그 말은, 내가 다음 선택을 할 때 그냥 넘길 수 없는 질문으로 남았다. 이후로 나는 어떤 일을 마쳤을 때, 남들의 평가보다 먼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. ‘이번에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을까?’ 이 질문은 결과가 좋을 때뿐만 아니라,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나에게 기준이 되어주었다.

    이 변화는 나를 더 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. 오히려 선택의 순간마다 생각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. 하지만 그만큼 내 판단이 이전보다 조금 더 분명해졌다는 느낌도 들었다. 칭찬은 지나가지만, 기준에 대한 질문은 쌓인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.

    지금의 나는 칭찬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다. 여전히 누군가의 인정은 힘이 되고, 다음을 해볼 용기를 준다. 다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, 나의 판단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. 그런 말들은 당장은 기분을 좋게 만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, 시간이 지나며 내 선택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놓는다.

   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면, 칭찬이 아닌 말에 괜히 마음이 쓰일 때 그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. 그 말이 나를 깎아내려서가 아니라, 내가 아직 정리하지 못한 기준을 건드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. 칭찬보다 더 크게 남는 말이 있다는 사실은, 그만큼 우리가 결과보다 기준에 더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