📑 목차
사람은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,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. 특히 스스로 괜찮다고 여겨왔던 부분이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흔들릴 때, 그 말은 예상보다 훨씬 불편하게 다가온다. 나 역시 그동안은 불편한 말을 들으면, 그 말이 거칠어서 그렇거나 상황에 맞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며 넘겨왔다.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, 유독 불편했던 말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. 그 말들은 나를 공격해서가 아니라, 내가 애써 정리하지 않고 지나쳐왔던 지점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. 이 글에서는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, 결국 나를 가장 정확하게 건드렸던 말 한마디와 그로 인해 달라진 판단의 기준을 정리해보려 한다.

그 말을 들었던 상황은 내가 어떤 행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때였다. 나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배경을 이야기했고, 스스로도 충분히 납득한 상태라고 생각했다. 그 이야기를 듣던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듣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. “네가 말하는 이유는 이해가 되는데, 그게 네가 진짜 원하는 건 아닌 것 같아.” 그 말은 단정적이지도 않았고, 감정이 섞여 있지도 않았다. 오히려 차분했고, 조심스럽게 들렸다. 그런데도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바로 불편해졌다.
당시의 나는 그 말이 과하다고 느꼈다. 나는 이미 여러 번 고민했고, 스스로에게 충분히 설명해온 선택이었기 때문이다. 그래서 그 말은 내 고민의 깊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들렸다. 나는 겉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, 속으로는 ‘내가 얼마나 생각해봤는데’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. 그 불편함 때문에 나는 그 말의 내용보다는, 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더 신경을 쓰며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.
하지만 그 말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. 시간이 지나 다른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도,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도 그 문장이 문득 떠올랐다. 나는 왜 그 말이 계속 생각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었고, 그 질문은 결국 나를 불편한 결론으로 이끌었다. 나는 그동안 ‘합리적인 이유’라는 말 뒤에 진짜 원하는 것과 다른 선택을 숨겨왔다는 사실을 조금씩 인정하게 되었다.
그 말이 정확히 찌른 지점은 바로 그것이었다.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말하지 않은 채, 상황과 조건을 앞세워 선택을 설명해왔다. 그 설명은 틀리지 않았지만, 완전히 솔직하지도 않았다. 그 말은 그 미묘한 어긋남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었고, 그래서 더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.
만약 그 사람이 “그건 네가 도망치는 선택이야”라고 말했다면, 나는 강하게 반발했을지도 모른다. 하지만 “진짜 원하는 건 아닌 것 같다”는 표현은, 반박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에 가까웠다. 나는 그 말이 틀렸다고 말하기 어려웠고, 그렇다고 바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.
이 경험 이후로 나는 불편한 말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. 예전에는 불편함이 느껴지면 그 말의 신뢰도를 낮추는 쪽을 선택했다면, 지금은 그 불편함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먼저 살펴보려고 한다. 특히 누군가의 말이 나를 정확히 찌른 것처럼 느껴질 때는, 그 말이 내 기준을 흔들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.
그 이후로 나는 선택을 설명할 때도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묻게 되었다. ‘이 선택은 정말 내가 원하는 방향인가, 아니면 설명하기 쉬운 선택인가.’ 이 질문은 나를 더 편하게 만들지는 않았지만, 적어도 나를 덜 속이게 만들었다. 불편했던 그 말은, 나에게 새로운 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질문의 기준을 바꿔주었다.
돌이켜보면 그 말은 나를 평가하려는 말이 아니었다. 오히려 내가 스스로에게 미루고 있던 질문을 대신 꺼내준 말에 가까웠다. 나는 그 말을 통해, 나 자신을 얼마나 조심스럽게 피해 다니고 있었는지를 처음으로 자각하게 되었다. 그 인식은 당장은 불편했지만, 이후의 선택에서는 꽤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.
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말이 나를 정확히 찌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, 그 불편함을 무조건 피하지 않는다. 그 말이 항상 옳아서가 아니라, 그 말이 내 생각의 핵심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. 물론 모든 불편한 말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, 유독 오래 남는 말이라면 그 이유를 살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느낀다.
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면, 누군가의 말이 지나치게 불편하게 느껴졌을 때 그 감정만으로 판단을 끝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. 그 말이 나를 공격해서가 아니라, 내가 아직 정리하지 못한 선택의 기준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. 나를 정확히 찌른 말이 불편했던 이유는, 그 말이 아파서가 아니라 내가 그동안 피해왔던 질문을 마주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.
'일상 속 생각의 기준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상처처럼 느껴졌지만 결국 도움이 되었던 말 (0) | 2026.01.26 |
|---|---|
| 이해되지 않던 말이 시간이 지나 와닿은 순간 (0) | 2026.01.25 |
| 의도 없어 보였던 말이 생각을 멈추게 한 순간 (0) | 2026.01.23 |
| 가볍게 던진 말이 유독 무겁게 남았던 날 (0) | 2026.01.22 |
| 나를 과소평가한 말이 오히려 오래 남았던 이유 (0) | 2026.01.21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