📑 목차
사람은 보통 누군가에게서 “하지 말라”는 말을 들으면 그 이유를 먼저 따지기보다, 그 말 자체에 반발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. 나 역시 그동안은 누군가가 어떤 선택을 말릴 때, 그 말이 내 판단을 제한하는 것처럼 느껴져 쉽게 흘려보내곤 했다. 하지 말라는 말은 조언처럼 들리지도 않았고, 때로는 나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.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, 내 선택의 기준으로 남아 있는 말들 중에는 의외로 그런 “하지 말라”는 말들이 적지 않았다. 이 글에서는 당시에는 거부감부터 들었지만, 결과적으로는 내 판단 기준을 세우는 데 영향을 준 말 한마디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.

그 말을 들었던 상황은 내가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. 나는 나름대로 가능성과 위험을 비교하고 있었고, 마음속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방향을 정해둔 상태였다.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. “그건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.” 그 말에는 길게 설명이 붙지 않았고,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도 없었다.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, 내 선택이 가볍게 부정당한 것처럼 느꼈다.
당시의 나는 그 말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들렸다. 나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고 있었고, 그 가능성을 스스로 납득한 상태였다. 그래서 그 말은 내 고민의 깊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나온 말처럼 느껴졌다. 나는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, 속으로는 ‘굳이 말릴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’라는 생각을 했다. 그 말은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채 그렇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.
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문장이 계속 떠올랐다. 나는 왜 그 말이 잊히지 않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고, 그 과정에서 내가 처음에는 보지 않으려 했던 부분을 마주하게 되었다. 그 말은 내 선택이 틀렸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, 그 선택이 ‘지금 꼭 필요한지’에 대해 묻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. 나는 그동안 하고 싶은 것과 지금 해야 할 것을 구분하지 않은 채 판단하고 있었고, 그 말은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리고 있었다.
만약 그 사람이 “그건 위험해”라거나 “실패할 확률이 높아”라고 말했다면, 나는 방어적으로 반응했을지도 모른다. 하지만 “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된다”는 표현은, 선택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시점에 대한 질문이었다. 그래서 그 말은 처음에는 무시되었지만, 시간이 지나면서 내 판단 기준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되었다.
이 경험 이후로 나는 누군가의 “하지 말라”는 말을 들을 때, 그 말이 내 가능성을 제한하는지 아니면 선택의 우선순위를 묻고 있는지를 구분하려고 한다. 모든 말림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, 유독 이유 없이 마음에 남는 말이라면 그 안에 내가 놓치고 있는 기준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. 나는 이제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, ‘이걸 할 수 있는가’뿐만 아니라 ‘지금 이걸 해야 하는가’를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.
그 기준은 나를 덜 즉흥적으로 만들었다.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불편했고, 때로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만들기도 했다. 하지만 그만큼 선택의 책임을 더 분명하게 느끼게 해주었다. 하지 말라는 말은 나를 멈추게 했지만, 동시에 나에게 판단의 기준 하나를 더 얹어주었다.
돌이켜보면 그 말이 처음부터 설득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. 오히려 그 말은 설명이 부족했고, 감정적으로 와닿지도 않았다.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은 내 선택을 되돌아볼 때마다 하나의 질문으로 작동했다. ‘이 선택은 정말 지금 필요한가?’라는 질문은 이후 여러 결정의 순간에서 반복해서 등장했고, 그때마다 나는 조금 더 신중해질 수 있었다.
지금의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하지 말라는 말을 했을 때, 그 말을 무조건 따르지도, 즉각적으로 거부하지도 않는다. 대신 그 말이 어떤 기준에서 나왔는지를 조용히 살펴보려고 한다. 그 기준이 나와 다르더라도,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내 판단을 더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. 하지 말라는 말이 오히려 기준이 되는 이유는, 그 말이 나를 통제해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의 선택을 다시 설명하게 만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.
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면, 누군가의 말림에 불편함을 느꼈을 때 그 감정을 바로 밀어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. 그 말이 항상 옳아서가 아니라, 그 말이 어떤 기준을 전제로 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내 판단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. 하지 말라는 말이 시간이 지나 기준으로 남는 경우는, 그 말이 나를 멈추게 해서가 아니라 내가 왜 움직이려 했는지를 다시 묻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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